2012년 2월 10일 금요일

4만 5천원의 가치

소금 캐는 사람들 ㅣ 사해의 염도보다 높다는 케냐의 소금호수.  화산 활동으로 인해 바다가 갇혀 만들어진 호수이다.
                        땅속 깊숙한 곳의 소금이 분해되어 진흙과 함께 섞여 호수 바닥에 굳게 층을 이루고 있다. 건기엔 이곳에
                        천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몰려와 짙은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소금을 캐기위해 땀을 흘린다.
                        남자들은 호수 바닥에 굳어있는 소금을 캐내고, 아낙네들은 캔 소금에 붙어있는 진흙을 부지런히 씻어낸다.

소금을 운반하는 사람들 ㅣ 남자들이 이고 나오는 저 검은 물체가 바로 소금이다. 진흙과 소금이 뭉쳐있어 색깔이 검다.
                                    이 소금을 아낙네들에게 가져다 주면, 아낙네들이 연신 발로 밟고, 손으로 비벼 흰색깔의 소금만
                                    남도록 씻어 댄다. 이렇게 힘들게 하루종일 일 한 대가가 한 가구당 약 7천원 정도이다.


 ■ 케냐의 아이들 ㅣ 오염된 물, 가난, 배고픔, 배움의 기회가 없는 무지의 상태에 놓여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지켜내고, 잘 키워 낸다면, 언젠가 이 아이들이 케냐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줄것이다.





           케냐 KENYA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 위치한 나라 케냐.
           10개월 전 나에게 '케냐'라는 나라는 그저..'마사이 족'의 나라에 불과했다.
           지극히 가난한 이들의 나라. 인구 40% 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의 나라.  .....그리고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나라.
           하지만, 나와 아무 상관 없던 이 케냐가, 이젠 나에게 아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라를 아들로 삼다.
           그 곳에 내 아들이 살고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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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부터 결연 후원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내 머리와 가슴을 때렸다. 잊어 버릴때 쯤엔 어김없이, 다 풀지 못한 숙제인 듯
           날 괴롭혔다.
           고등학교 시절 한달 3만원 용돈으로 지낼때, 욕심만 많아서 무턱대고 결연 후원을 시작했던 적이 있었다.
           결연을 맺은지 겨우 4개월만에 난 그 작은 소녀에게 상처만 남기고, 내가 하기 힘들다고 결연을 끊었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 또렷이 내 가슴에 남아있었다. 내가 마치 그 소녀가 된 듯...그 상처가 고스란히..가슴에 주홍글씨처럼 남았다.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지만, 쉽게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그 작은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길까봐....나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그 아이들이 걱정 근심이라는 것을 알게 될까봐...
            너무 무서웠다.

            그러던 중 2010년 1월 결연을 맺을수 있도록 작은 다리 하나가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작은 아이 "Albunus".
            케냐 아이라고했다.
            한달 4만 5천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후원을 하며 점차점차 이 아이가 살고있는 그곳 케냐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4만 5천원
            어쩌면 3식구 하루 저녁 외식비도 체 되지 않는 금액.
            이 돈으로 한달을 살아달라고 돈을 보내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4만 5천원을 누구 코에 붙이지?' ,  '과연 이 돈이 쓸모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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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멈춘 EBS에서 한 다큐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케냐의 상황, 그리고 그곳의 가난과 병균들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달려간 한국인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
           프로그램을 보고 걱정했던 금액, 4만 5천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크고 가치있는지 알게되었다.  

           
농사짓기 ㅣ  농사의 역사가 짧은 케냐에서는 논에 마구잡이로 벼를 심는다. 심는다는 표현보다는 벼를 그냥 땅에 꽂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이렇게 심은 벼는 수확량이 적어 가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바로 이곳에 한국의 농사기술이 찾아갔다. 옛 우리네 어른들이 하시던 방법 그대로, 긴 줄을 대고 간격에 맞춰 벼를
             심는다. 기술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수확량을 비교해 보면 기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된다.
          
벼 탈곡 기계 ㅣ 한국에서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수 있는 기계. 오른쪽 자전거 쳇바퀴를 돌리면 앞에 둥근 드럼통 부분이 돌아간다.
                 뽀족하게 만든 곳에 벼를 갔다대면 짚은 남아있고 쌀알만 탈곡된다.
                 케냐의 농부들은 한 줌의 벼를 잡고 큰 돌에 벼를 쳐서 탈곡을 했다. 이 기계가 들어옴으로 그들의 일이 한결 수월해
                                            졌을 뿐더러, 수확량도 배가 되었다.


          
               ■ 한국의 공학도들 ㅣ 우주공학, 전자공학,...등 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대학의 공학도들이다. 이들은 전기가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연구하고 만들어 케냐의 가난을 이겨내도록 돕고있다. 이들이 바로 한국이다.
                         이들이 있는 한국 이라는 나라가 처음으로....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친구들 모임, 저녁외식 쯤 한번 꾹 참고 모은 돈 4만 5천원을 한달에 한번만 보내주면, 비록 더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해도 내 아들
"Albunus" 만큼은 굶주리지 않아도 되겠지, 공부도 못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어볼려고 어린 나이에 일하지 않아도 되겠지..
행복, 기쁨, 사랑, 친구보다 슬픔, 배고픔, 후회, 좌절을 먼저 배우진 않겠지..
이것이...4만 5천원의 가치였다.


"난 결연 후원을 하는 아주 대단한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다. 난 겨우 4만 5천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다. "
도움의 손길을 주기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케냐에 직접 가서 그들의 손, 발, 머리가 되어주는 저 젊은 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 자신을 더 부끄러워하자. 이만큼 밖에 도와줄수 없는 나 자신을, 내 그릇을 부끄러워하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아이와 손을 잡게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재주를 배워 써먹게 될지 모르겠다.
또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않고 지금 상태 그대로 머물게 될지도 모르겠다.(제발 이런일은 없길 바란다...)
앞으로.......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얼마의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될 지 기대하고 기다릴 뿐이다.
그때의 난 4억 5천만원의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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